잘 자려면 이렇게 해보세요!
침대에선 TV·스마트폰 보기 금물 / 밤에 졸릴 때만 누워서 잠 청하고 적게 잘 때도 같은 시간에 기상을
‘침대=잠’이라는 조건반사 습관화 / 잠드는 시간 빨라지고 수면 질 개선
63세 여성 김모씨는 사무직으로 일하다 은퇴했다. 갱년기가 시작되던 50대부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을 못 잔 날 출근하여 일할 때 피로감이 쌓이자, 수면제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면제에 중독될까 봐 무서워, 수면제 먹는 데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약을 안 먹고 자려고 뒤척이다 새벽 3시에 결국 수면제를 먹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때는 피곤해도, 밤에 잠이 안 오는 날이 일주일에 한두 번이었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잠 못 잔 날은 늦잠을 자다 보니, 오히려 밤에 못 자고 새벽에 잠드는 날이 주 5~6회로 늘어났다.
수면제를 먹자니 불안하고 안 먹자니 잠을 못 자는 날이 지속되어 결국 수면 센터를 찾아왔다. 김씨는 6주 동안 불면증 인지 행동 치료를 받았다. 이를 통해 김씨는 그동안 잠에 너무 집착했고, 그것이 수면을 되레 방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걸 바꾸고 나서 비교적 잠을 잘 자게 됐다. 잠자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니 잠을 잘 자는 역설인 셈이다.
◇ 인지 행동 교정이 수면제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행동을 바꾸고 수면 위생을 좋게 하는 불면증 인지 행동 치료는 수면제 복용과 같은 효과를 낸다. 특히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에는 약물보다 더 효과적이다. 이에 미국수면의학회는 2008년 인지 행동 치료가 불면증 치료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선언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 심리치료사 등이 환자의 수면 일기와 습관을 분석하여 맞춤형으로 교정하는 방식이나, 일반적으로 쾌면을 위해 참고할만한 것이 많다.
인지 행동 치료 핵심 요소는 수면 제한 요법이다. 만성적 불면증은 잠자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다 보면, 자다가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 수면이 파편화한다. 그러다 보면 자는 시간과 깨어 있는 시간이 불규칙해져 더욱 잠자기 어려워진다.
수면 제한 요법은 누워 있는 시간을 실제 수면 시간에 30분 정도만 더한 수준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서 누워 있지 말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밤에 6시간 40분을 잤는데,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은 9시간이었다고 치자. 수면 시간이 그 정도면 부족하다고 볼 수 없지만, 누워 있었던 시간과 차이가 크다. 즉 침대에서 자다 깨다 했다는 것으로, 수면 질이 좋지 않다.
이럴 때 수면 제한 요법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7시간 10분으로 설정한다. 일어나는 시간을 아침 7시로 선택했다면, 역산하여 밤 11시 50분에 침대에 눕도록 설정한다. 최소한 2주는 새로 설정한 수면 계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수면 주기를 다시 평가한다. 만약 대부분의 날에 잘 자고 낮에 원하는 만큼 깨어 있었다면, 누워 있는 시간을 조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밤에 잘 자도 낮에 피곤함을 많이 느낀다면, 누워 있는 시간을 15~20분 늘려 본다.
◇ 잠 줄여 잘 재우는 수면 제한 요법
만약 잠드는 데 항상 30분 이상 걸리거나 한밤중에 30분 이상 깨어 있다면, 특히나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졸릴 때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야 한다. 침대를 잠과 성행위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침대에서 책 읽기, TV 시청, 식사, 스마트폰 보기 등을 하면 안 된다. 침대=잠이라는 조건반사적 인식이 몸과 생각에 배게 해야 한다.
잠들지 않은 채로 20분 이상 침대에 머물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으면 다른 공간에 가서 잠을 청하거나, 딴 데서 단순한 것을 하며 잠 오기를 기다린다. 아무리 적게 자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낮에 졸려도 낮잠을 자지 않는다. 이를 잘 지키고 습관화하면, 결국 침대에 눕고 나서 바로 잠들게 된다.
수면 제한 요법을 충실히 수행한 사람들은 2~3주 내에 밤에 잘 잠들고, 자다가 깨는 시간도 놀랄 정도로 줄어드는 경험을 한다. 단기간에 평균 수면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지만, 점차 개선되는 쪽으로 간다. 처음에는 낮에 졸릴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이나 위험한 기계 만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이은 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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