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생활

미국에서 미국인과 중고 거래하기

푸닥푸다닥 2023. 11. 17. 09:25

미국에서 중고거래를 하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이제 한 달 가량 남아서, 짐 정리를 해야 하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2년간 꽤나 많은 짐이 늘었더라고요.

더더욱 미국에서는 외식보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일상이다 보니,

부엌 살림 살이가 늘었고. 소파와 식탁도 미국 스타일로 큰 걸로 들였더니

집을 둘러보면 약간 떨리더라고요. 아, 언제 다 정리하지 (?)...

하우스에 살면서 마당 잔디를 깎아야 하다 보니 야외용 연장 코드들도 정리해야 하고요.

크리스마스와 할로윈 장식들은 여름인데도 팔리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아기자기 하게 소박하게 꾸몄던 것들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뭐든 크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편이고,

핼러윈과 크리스마스를 위해 집을 엄청 열심히 꾸미거든요.

하우스 살이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네요.

미국 중고장터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일단 안 쓰는 물건과 무거워서 한국에 들고 가기 힘든 짐들을 줄여야 했어요.

저는 주로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와 학교 한인 게시판을 이용해 물건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중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해서 중고거래 해 본 후기를 남겨볼까 해요.

 

미국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온 여러 사람들의 판매 물건 사진

 

 

중고거래시 주의할 점!!!

1)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 등 개인 정보 주의

물건 사진과 글을 올리고 난 직후에, 여러 명이 동시에 "지금 바로 사러 갈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채팅을 걸 때가 있어요. 그러고는 다급한 듯이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더라고요. 근데 여러 명이 "네가 올린 사진이 진짜 거래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인증번호 하나만 확인할게" 이런 연락이 오면, 순간적으로 엇? 내가 이상한가? 미국에서는 뭔가 인증번호를 주고 받으면서 이런 식으로 한 번 확인하고 거래하나? 라는 착각이 들 때가 있어요. 당황하지 마시고, 그냥 차단하시는 게 좋아요. 폰이 없다고 해도, 폰 번호를 달라고 하거든요. 인증번호 줄 수 없다고 해도 Please를 외치며, 지금 밖이라 인터넷이 잘 안 된다는 둥.... 여러 이유로 폰 번호를 막무가내로 요청하기도 한답니다. 이메일 주소도 알려주면 선결제를 요구하며 사기꾼의 대상이 되거나 스팸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사기꾼들이 많~ 다는 것! 항상 잊지 마세요!

2) 택배 거래 주의

미국은 한국 만큼 택배비가 저렴하거나 빠르지도 않을뿐더러, 택배비를 부담할 테니 물건을 보내달라며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물건의 이동 과정에서 여러 일이 일어날 수 있고요. 상대방이 물건 못 받았다고 우길 수도 있어요. 잘 팔리지 않더라도, 되도록 사는 동네에서 조금 저 저렴하게 직거래하시는 편이 나을 거 같아요.

3) 거래 장소, 시간대 유의

미국은 총기 소유가 가능한 나라임을 꼭꼭 기억하세요. 아직까지는 아시아인 혐오 현상이 조금씩 남아있기도 하니까 더더욱 조심하세요. 되도록 아내 분들보다 남편들이 물건 거래를 하시는 게 안전할 거 같고요. 유학생 분들은 혼자 있을 때보다는 친구랑 같이 거래하세요. 모르는 사람을 집 안에 들이는 일은 최소화 하시고요. 사는 집 바로 앞에서 거래하지 않고, 근처 주유소나 공용 주차장, 학교 안에서 거래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 동네는 나름 조용하고 치안이 좋다는 시골이라 아직까지는 집 앞 거래에서 별 문제가 없긴 했는데요. 그래도 항상 경각심을 잊지 않고, 조심하고 있답니다.

4) 중고거래 하면서 인종별 특징

없던 편견도 생기는 경험이라 글 쓰기가 조심스럽긴 한데요. 경험한 것들이니까 그대로 적어볼게요.

히스패닉 분들이 의외로 영어로 쓰는 것을 잘 못 할 때가 있어요. 그냥 what time? 이런 식으로 오타와 문법 따윈 없는 영어로 채팅을 걸 때가 있어요. 결국은 얼마에 사고 싶고, 언제 거래할 수 있는지 위주로 대화하기 때문에, 거래할 때 별 문제는 없었어요.

 

미국에서도, 인종을 떠나서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점심 때 거래하기로 해놓고 아침 7시 반에 '너희 집으로 가고 있어'라든지 'on my way' 이렇게만 보내는 경우들이죠. 밤 12시 반에 갑자기 지금 가도 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요. 그 정도는 한국에서도 일어날 법한 일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성실하게 응답하며, 시간을 최대한 맞추어 줬습니다.

한 번은 Ikea 쇼파를 판매했는데, 여러 명이 줄을 선 상황이었어요. 어떤 흑인 여성이 현금 들고 바로 사러 오겠다며, 다른 분에게 넘기지 말아 달라고 간절한 듯(?) 말했지만, 집에 들어와서는 갑자기 반값에 달라고 요구하더라고요. 저희 집 주소를 이미 알고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친절하게 잘 대처하며 돌려보냈어요. :) "내가 물건이 며칠 동안 팔리지 않으면, 그때 네가 말한 가격에 판매할게. 연락을 주고 와줬던 거 정말 고마워." 이렇게요. 애초에 소파를 싣기에는 너무 작은 차를 가져왔더라고요. 고민하는 부분이 있어서 무리한 요구를 했겠거니 하고... 인내심을 가지기로 했어요.

그리고 백인 젊은 여성, 남성들이 대체로 쿨하게(!) 물건을 많이 사갔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신나고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해 준 경우가 많았어요. 물건을 볼 때도 "와~~ 꺄악~~너~~무 멋지다. 나 이거 진짜 찾고 있던 물건인데, 정말 고마워. 내가 어제 TV를 샀는데, 이 TV 스탠드를 보는 순간 너무 아름다워! 하고 반했지" 이렇게 활기차고 기분 좋게 리액션 해주더라고요. 판매자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았고요. 보통 픽업 트럭 큰 것을 가지고 와서 큰 가구들도 금방 금방 싣고 가는데, 물건 싣는 걸 도와줄 때도 고맙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셔서, 참 거래 매너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도착 시간 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해서는, 집 앞 도로에서 차의 창문만 쓱 내리고 물건 받고, 돈 몇 불 턱 주고 인사도 없이 슝 가버리는 흑인 분도 있었어요. 사람 마음이 다 같을 수는 없지만 약간 쓸쓸한 마음이 들었어요. 작은 물건을 판매해도 최대한 깨끗하게 닦고, 알코올 소독해서 드렸거든요. 아이 책상의 얼룩을 박박 닦다가 등에 담이 걸리기도 했던 생각이 나네요.

중고거래가 잘되는 아이템 및 거래 시기, 그밖에 팁

 

​큰 가구들은, 대체로 미국인들이 트럭을 많이 쓰고 여기에서 오래 살 사람들이 많아서 인기가 많은 거 같아요. 유홀을 빌려서 오는 경우도 봤어요. 제가 사는 곳이 학교 중심의 동네라 한국인들은 유학생분들이 많거든요. 소소하게 2년 정도 잘 버티다가 한국 가려는 분들이 많다 보니, 유학생들은 아무래도 큰 가구는 좀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미국은 가구 수급이 지금 많이 안 좋아요. 배송 시스템도 한국보다 많이 안 좋은 편이에요. 20년 여름에도 가구를 주문하면 최소 열흘, 길게는 한 달을 기다려야 했는데요. 지금은 유가 상승으로 가구와 배송비가 더 많이 올랐어요. 물가도 올랐고요.

졸업생들이 많고 여름 방학인 6~8월 초에 물건을 마당에 펼쳐놓고 파는 Ggrage Sale 많이 하고요. 침대, 쇼파 등의 가구 매물도 제일 많은 시기예요. 8월 중순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새로 다른 나라에서 이사 온 사람들 때문에 target 등 마트에 물건이 텅텅 비는 모습도 여러 번 봤어요. 기본적으로 1-2년 단위의 집 렌트 기간이 7월 말일에 끝나는 집이 많아요. 이사철 무렵이 중고 물건을 사기에 제일 좋은 시기죠.

침대를 판매할 때는 실내에서 신발을 신지 않아 깨끗하게 사용했다는 점, 구매하자 마자 Cover를 씌워서 사용했다고 하면 잘 팔리더라고요. 미국인들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구경하다 보면, 정말 흙과 먼지가 많은 침대도 팔고 그러더라고요. 처음엔 약간 충격이었답니다. ㅋㅋ 식탁도 차고에서 얼마나 오래 보관되었던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먼지가 수두룩한 상태로 판매하기도 하더라고요.

한국전집은 동네 한국 분들에게 팔면 좋고요. 한국책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격이 어느 정도 맞으면 잘 팔리는 거 같아요.

의외로 한국보다 아이들 장난감을 중고로 팔기가 어려워요. 워낙 장난감 세일을 하는 마트가 많고(Ross , TJ Maxx), 12월이 되면 아마존을 비롯해 여기저기에서 70% 이상 세일을 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중고 장난감 가게에 팔면 정가의 1/20 가격 정도 받을 수 있고요. 기부하는 마음으로 한꺼번에 여기에 파는 경우도 봤어요. 아니면 그냥 지인의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방법이 마음 편하더라고요. 

꼭 현금이 필요할까? 

한국처럼 현금 거래를 제일 선호하는 분위기고요. 한국의 카카* 페이처럼 Venmo를 사용해 모바일 송금을 하기도 해요. 그밖에 Chase 은행의 퀵 페이, Zelle 도 한국의 계좌이체처럼 이용할 수 있어요.

마치며...

이상 미국에서 중고거래 해 본 후기였어요.

무엇보다 안전하게 거래하는 게 중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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